이번 학기, 장신대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. 수업을 마치고 기말고사가 끝난 후 2주 전 성적을 입력했습니다. 그리고 지난 주 성적 이의 신청 기간이 되자 세 분의 전도사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.

각 전도사님의 성적과 출석, 발표, 참여 점수, 기말고사 점수를 다시금 면밀히 들여다보았습니다.

먼저 A-를 받은 전도사님. 사실 이 전도사님께 A-를 드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. 동일한 점수를 받은 다른 전도사님도 계셨기 때문입니다. 하지만 A학점을 주는 제한이 있어서, 전도사님들의 수업 태도와 열정에 따라 이 전도사님께는 A-를, 다른 전도사님께는 B+을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.

다음으로 B0를 받은 전도사님도 처음부터 이 점수가 아니었습니다. 왜냐하면, 기말고사 점수가 현저히 낮았기 때문입니다. 하지만 한 달간 교생실습을 병행하는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했습니다. 상대평가라는 냉정한 현실 앞에서, 94점, 93점 받은 학우들이 B+인데, 86점 학생에게 B+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. 저의 마음은 점수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.

그러나 제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던 건 B-를 받은 전도사님이었습니다. 몸이 약했던 이 전도사님은 마지막 발제자였지만, 당일 아침 숙제 파일이 덮어쓰기 되었다며 결국 발제를 하지 못했습니다. 토요일까지 단체 채팅방에 올리라고 했지만, 끝내 올라오지 않았습니다. 발제 점수 30점 중 0점 처리가 되면 재수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, 여러 사유를 고려하여 부득이 B- 학점을 주었습니다. 이 내용을 한글 파일로 만들어 보냈는데, 다시 문자가 온 겁니다.

그때 저는 좀 씁쓸했습니다. '그러면 네 점수 원래대로 C-를 줄까?' 하는 마음이 순간 들었지만, 이내 다시금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. 그러자 "고맙습니다!"라는 답장이 왔습니다. 그 짧은 답장 속에서 저는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.

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삶과 신앙을 되돌아보게 됩니다. 만일 하나님께서 우리의 신앙생활에 '점수'를 매기신다면 과연 몇 점을 주실까요? 우리가 생각하는 100점일까요? 아니면 '넌 다시 고생 좀 해야 할 것 같다'고 하시는 D+이나 F 학점일까요?

그리고 그 점수를 받아들였을 때, 우리는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을까요? 아니면 변명하거나 불평할까요?

맥추감사주일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의 '감사 지수'를 높여야 하겠습니다. 그리고 지금 우리의 삶이 어떤 점수를 받더라도, 그 안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하는 마음, 그것이 진정한 신앙의 성숙함이 아닐까 싶습니다.(7월 6일 맥추감사주일 설교 중에서)